그때 그가 다시 왔었다

생생! 6·25/August의 군사세계 2011.11.22 09:35

 이제는 굳이 올림픽이나 월드컵 또는 최근 폐막된 세계육상선수권 같은 메이저대회가 아니어도 국내에서 세계적인 스포츠스타를 만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되지 않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오히려 많은 스타들이 비즈니스적인 이유 때문에 일부러 한국을 찾기도 합니다. 하지만 불과 20여 년 전 까지만 하더라도 세계적인 스타를 한국에서 보는 것은 상당히 드물고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제는 세계적인 슈퍼스타를 국내에서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지금은 상상하기 힘든 일도 종종 벌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1976년에 당시 프로복싱 헤비급 세계챔피언이었던 무하마드 알리(Muhammad Ali)가 방한하였던 적이 있었는데, 그의 도착장면이 TV로 전국에 생중계되고 공항에서 시청까지 카퍼레이드가 벌어졌을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스타를 직접 보는 것 자체가 커다란 행사였습니다.

[알리 도착을 TV 실황중계 예고한 신문기사]



 그런데 6ㆍ25전쟁의 상흔을 제대로 치유도 못하고 혁명과 쿠데타의 혼란기를 거치며 보릿고개가 아직까지도 일상이었을 만큼 어려움을 겪던 1960년대에 지금까지도 전설로 내려오는 세계적인 스타가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반드시 참가할 공식 선수권대회도 아닌 한국에서 개최한 그저 그런 보통의 3류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는데, 그는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여 우승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1965년 청계천의 모습]



 주인공은 마라톤계의 전설이자 모든 종목을 통틀어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하나라고 생각되는 아베베 비킬라(Abebe Bikila, 1932~1973)였습니다. 그는 사상 최초로 2시간 20분벽을 돌파하였으며, 올림픽 마라톤을 최초로 2연패(1960 로마, 1964 도쿄)한 영웅중의 영웅이었습니다. 그러한 당대의 슈퍼스타가 1966년 10월 30일 한국에서 개최된 마라톤대회에 참석한 것이었습니다.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하는 모습. 불과 5주전에 맹장수술을 받았음에도 최초로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하였습니다.]



 대회의 공식명칭은 '9.28 서울수복기념 제3회 국제 마라돈 대회'였는데, 6ㆍ25전쟁 당시에 있었던 서울 탈환의 의의를 기리고자 창설한 대회였습니다. 코스는 인천상륙작전 당시 레드비치 부근인 인천역에서 출발하여 경인국도를 따라 서울 시청에 이르는 일방코스로 서울수복의 감격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었습니다. 아베베는 이 대회에서 2시간 17분 4초라는 당시로서는 좋은 기록으로 우승을 하여 스타임을 입증하였습니다.

[출발 장소인 인천역 부근 모습에서 준비 중인 아베베]



 하지만 명색이 국제대회임에도 아베베외 외국 선수는 일본 선수 2명, 미국 선수 1명 뿐이었습니다. 당대 랭킹 2, 4위인 일본의 기미하라(君原健二)와 테라사와(寺澤徹)도 아베베의 참가가 확정된 것을 확인하고 나서 출전하였을 정도였습니다. 한마디로 김연아 선수가 아프리카 저개발국의 국내대회에 참가한 것에 비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서 당대의 슈퍼스타가 후진국의 초라한(?)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을까요?

[우승자 월계관을 받고 손을 흔드는 모습]



 아베베는 1951년 주한 에티오피아군 제2진으로 파병되어 파견대장 호위병으로 1년간 6ㆍ25전쟁에 참전한 용사였습니다. 에티오피아는 1개 대대규모의 전투병을 파병하였는데, 역사상 최초의 해외파병이었을 만큼 에티오피아에서 한국과 그들의 원정부대는 항상 관심의 대상이었습니다. 정전 후 1965년 말까지 단계적으로 철군을 완료하였음에도 유엔군사령부에 연락관을 계속하여 파견한 대한민국 최고의 우방이었습니다.

[결승점에 골인하는 6ㆍ25전쟁 참전용사 아베베. 연도에 100만이 넘는 시민들이 그를 응원하러 나왔습니다.]



 주한 에티오피아군은 대민봉사에도 열정적이었고 셀라시에(Haile Selassie) 황제가 하사한 컵을 대한체육회에 기증하여 빙상대회를 개최하였을 만큼 체육활동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따라서 세계적인 스타가 된 참전용사 아베베가 한국에 오면 에티오피아의 위상을 더욱 드높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였던 것이고, 이러한 요청을 그가 흔쾌히 받아들여 한국의 삼류대회에 참가였던 것입니다.

[결연을 맺고 고아들을 돌보는 에티오피아군의 모습. 1960년대 우리들의 자화상이고 이런 고마움을 잊지 말아야합니다.]



 아마 젊은 분들 중에는 설마 우리나라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못산다는 에티오피아로부터 그렇게 고마운 도움을 받았던 역사가 있나하고 놀라실 분들이 많으실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고 지울 수 없는 우리의 지난 역사입니다. 하지만 이런 역사가 있었다고 부끄러워하거나 감추지 말아야 합니다. 과거의 모든 사실은 당연히 지키고 보존해야 할 귀중한 유산이기 때문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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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지암 514고지의 기관총 기습 작전(2/2)

생생! 6·25/울프독의 War History 2011.11.21 09:42

 밤 11시에 중대장에게 보고하고 목표를 향해 출발하였다. 기관총 1정당 실탄 400발과 소총 실탄 80발, 수류탄 4개씩을 휴대하고 눈을 헤치며 앞으로 나갔다.



 내가 선두에 서서 가는데 눈이 많이 쌓인 곳은 허리까지 빠져 도저히 빨리 전진할 수가 없었다.

 한 발씩 한 발씩 전진해 가는데 달빛은 없으나, 온 산이 눈으로 덮여 찾아 가는데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앞이 안 보였다. 불과 1킬로의 거리를 무려 3시간이나 걸려 고지 중간까지 올라갈 수가 있었다.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서 2개조로 편성하여 좌우에서 은밀하게 올라갔다. 긴장하여 위를 감시하며 올라가는데 아무런 저항이나 움직임도 없어서 정상에 오를 수가 있었다. 정상은 너무나도 급경사이고 암석으로 이루어진 칼날 같은 봉우리였다.



[높은 산이 514고지고 옆 산에 올라가 기습 사격을 한 듯한데 산에 나무들이 뒤덮혀 자세한 지형을 알아보기가 힘들다. 곤지암cc 앞에서 촬영]

 기관총 장치하기도 힘들 정도로 협소해서 분대장과 정상을 둘러보니 바위를 사이에 두고 한정씩 장치할만한 곳이 있어서 기관총 1정은 제 1공격 목표 지점으로 대충 조준해놓고 1정은 정상을 향해 조준 해놓은 다음 중대장에게 보고했다.

 "화기 소대장 이상없이 목표 지점에 도착했습니다."

 "수고했다. 그 곳에서 공격 목표가 잘 보이는 가?"

 "잘 보입니다. 날만 밝으면 적의 움직임을 똑똑히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 소위만 믿겠다. 조용히 대기하라. 이상!"

 분대장이 차고 있는 야광 시계가 2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기관총이 있는 곳에 한 사람을 경계 배치하고 남은 인원은 능선 밑의 바위 옆에 모여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렸다.

 우리는 침묵을 지키면서 날 밝기만을 기다렸다. 동녘 하늘이 뿌옇게 트기 시작하고 조금 지나니 적진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각자 정위치!"

 기관총을 중심으로 대원들을 배치시키고 나는 제 1목표를 직접 조준했다.



 교통호가 훤히 내려다 보였다. 사수에게 인계하고 옆의 기관총을 조준해 보았다. 514고지 정상으로부터 제 1목표 지점으로 연결된 교통호가 한 눈에 들어왔다. 

 분대장이 조준해 논 교통호 복판이 잘 되어 있어서 "움직이는 놈만 있으면 갈겨 대!" 하고 분대장과 사수에게 지시한 다음 중대장에게 보고를 했다.

 "적 진지가 잘 보입니다. 공격 목표를 될 수 있으면 좌측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좋겠습니다."

 "알았다! 지원 사격 잘 부탁한다!"

 공격 개시 10분 전.

 드디어 105mm 곡사포와 81mm 지원포 사격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교통호에 명중되는 것은 한방도 없었다. 적군들은 한 놈도 움직이지를 않았었다. 10분간의 지원 포사격이 끝나서야 교통호에서 일제히 나뭇가지로 위장한 중공군이 모습을 나타나더니 사격 자세를 취했다.



 그 때 우리 기관총이 불을 뿜었고 예광탄이 정확하게 중공군 세 놈을 명중시켰다. 다시 두 놈이 일어서다가 불의의 측면 공격을 받고 푹푹 쓰러졌다. 바로 그 때 교통호를 조준하고 있던 분대장이 방아쇠를 당겼다.

 예광탄이 밝히는 지점을 보니 교통호를 따라 내려오다가 정통으로 맞았는지 앞으로 푹 쓰러지며 밑으로 굴렀다. 다시 다섯 놈이 뛰어 내려 오다가 모조리 굴러버렸다. 제 1목표 지점을 보았지만 연막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다. 81mm 박격포는 몇 발씩 연막탄만 쏘아주고 있으나 서북풍이 부는 관계로 좌측 진지는 연막에 싸였다가도 바로 개여서 관측이 잘 되었다.

 제 1목표에 대해서도 계속 사격을 하니 꼼짝 못하고 있다. 그때 중대장으로부터 무전이 왔다.

 "목표 지점에 육박했으니 사격연신하라!"

 나는 제 1목표를 향해 쏘던 기관총 사격을 중지시키고 목표 지점을 관찰했다. 그 때 두 놈이 고개를 들고 일어났다.

 "쏴!"

 총탄은 다시 명중하여 푹 쓰러진다. 적들은 150m 거리의 측 후방에서 사격하고 있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았다. 중대장으로부터 다시 사격 연신하라는 지시를 받고 514 고지 교통호를 조준케 했다. 그때 분대장의 기관총이 한 상자를 다 쏘고 실탄을 장진했었다.

 그 틈을 이용해서 뛰어 내려오고 있던 5-6명에게 대기하고 있었던 다른 기관총이 불을 토했고 뛰어 내려오던 적병은 탄력 때문에 정지하지 못하고 모두 기관총 실탄에 맞아 나가 뒹굴었다.

 "소대장님! 점령했습니다."

 탄약수가 소리를 쳐서 제 1목표를 돌아보니 아군 2명이 올라와서 참호를 향하여 M1 소총을 쏘고 이어서 수류탄을 투척하고 있었다. 수류탄 폭음이 나고 뒤이어 10여 명이 올라와서는 514고지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바로 그 때, "쉬익! 쉬익!" 하며 적의 포탄이 우리를 향해 날아왔다. 그러나 너무나도 날카로운 봉우리라 명중시킨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직사포가 아니 곡사포라면 명중이 가능할까, 포탄은 50m 쯤 후방에서 터졌다. 다시 두 발이 날아오더니 전방 산 밑에서 터졌다.

 우리는 그 조준선상 밖에 있었다. 나는 마음을 놓고 514고지 교통호 시발점에 대고 쏘도록 하고, 기관총 1 정을 내가 직접 적의 철수로를 향해 조준했다. 아니나 다를까 적병 수 십 명이 자세를 구부리고 철수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곳을 향해 가로 활대와 세로 활대를 다 풀어놓고 좌우상하로 마구 갈겨댔다.

 더러는 맞아 쓰러지고 더러는 능선너머로 도망쳤다. 공격 소대는 514고지 9부 능선에까지 도달했다. "따쿵!" 소리가 들려 나는 기관총을 놔두고 뒷걸음쳐서 산 뒤로 몸을 낮추며 대원들을 차폐시켰다.

 뒤이어 "따따따---!" 수백발의 실탄이 우리를 향하여 날아왔다. "땡!" 하는 금속성이 들리더니 기관총이 굴렀다. 나는 구르는 기관총을 한 손으로 잡자 옆에 있던 사수가 다리 부분을 같이 잡았다.

 기관총 삼각대에 총탄이 맞아 쇠가 우그러지고 맞을 때의 충격으로 굴렀던 것이다. 포탄과 소총탄도 사격이 중단되어 고개를 들고 보니 514고지 정상에 1명이 뛰어 올라가더니 수류탄을 후사면을 향하여 힘껏 던지고 앉아서 소총을 마구 쏘더니 옆으로 쓰러졌다. 곧이어 10여명이 올라가 앞드려서 도주하는 적을 향해서 쏘았다.


                                           [영화 고지전의 돌격장면]

 81mm 박격포와 61mm 박격포가 도주하는 적을 향해 맹타하고 사단포는 적의 후방 포진지를 향해 때렸다.

 그 때 정찰기 한 대가 날아와 전방을 두 바퀴 돌았는데 무스탕 전투기 3대가 날아왔다. 정찰기는 적진으로 내려 박히는가 했더니 치솟아 올랐고 연막탄이 터져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전투기 3대는 기수를 아래로 쏜살같이 내려 박으며 기관총 사격에 이어 로케트 사격을 하고 치솟았다. 교대로 때리던 전투기는 폭탄 2개씩을 떨어뜨리고 마지막으로 네이팜 탄의 불바다를 만든 다음 유유히 남쪽으로 날아가 버렸다.

 이렇게 해서 난공불락이던 514고지는 점령하게 되었다. 중대장으로부터 철수명령을 받은 나는 병력을 인솔하고 제 1목표로 올라갔다.

 "분대장 몇 놈이나 죽었나 세어 봐!"

 가슴 높이까지 파논 교통호에는 중공군들이 발 들여 놀 틈도 없이 죽어 있었다. 그런데 총 맞아 죽은 자 같지 않게 옆으로 누워있는 자가 있어서 나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그자의 가슴을 향해 카빈총을 한 발 쏘았다.

 그 중공군은 "아---!" 소리를 지르며 고통의 몸부림을 치다가 죽어갔다.

 "이 뙤놈들 봐라! 죽은 척하고 누워있어 어이 너희들 교통호와 벙커 속에 있는 놈들 모조리 한방씩 쏴 버려!"

 대원들이 모조리 확인 사살을 하니 벙커 속에서 한 놈이 손을 들고 나왔다. 일일이 확인 사살을 한 다음 포로를 나무에 묶어 놓았다. 중대장과 잔여 중대원들이 모두 올라왔다.

 "정 소위 공로가 컸소! 정말 수고했소."

 "아닙니다. 중대원들이 중대장님을 중심으로 단결했었기 때문입니다."

 514고지에 방어 부대를 배치하고 교대 부대가 도착할 때를 기다리는데 1소대장이 보고를 한다.

 "중대장님 뙤놈들 시체가 121구나 됩니다. 이 고지 뒤에 즐비합니다."

 "1소대장 오늘 잘 싸웠어!"

 나는 1 소대장 손을 꽉 쥐고 번쩍 올려주었다.

 "아닙니다. 특공대 덕입니다! 뙤놈들이 고개를 들지 못하니 별로 저항도 받지 않고 점령할 수가 있었습니다."

 광주 곤지암 514 고지 전투에서 중공군을 섬멸하고 고지를 점령했지만 아군들도 실패한 1차 공격과 성공한 2차 공격에서 40명의 전사자가 발생했다. 기발한 기습으로 점령을 했었지만 큰 격전이었다. 이 전투의 특징은 여순 203 고지와 같이 적이 신체적으로 접근 또는 공격해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방심하는 곳에 의외로 화력만은 마음대로 도달하는 허점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1951년 6월 27일 강 건너에 국군이 떠난 것을 안심하고 도강하다가 측면 봉의산에 있던 인접 부대가 1km가 넘는 장거리에서 퍼부은 대전차포와 기관총, 그리고 박격포, 곡사포등의 화력에 섬멸된 북한군의 사례를 생각하게 한다.

 정철모 씨는 후에 중공군에게 포로가 되었지만 탈출해서 북상, 신의주 앞 바다에 있는(유격대가 점령하고 있는) 섬을 거쳐 귀환한 특이한 이력이 있다. 당시 책에는 소령 때 전역하여 공무원을 하다가 개인 사업을 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몇 년 뒤 잡지에서 보니 정 철모 씨가 6ㆍ25 때 헤어진 연인과 다시 결합했다는 기사가 있던 것을 본 기억이 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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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Baby Minding Tips 2014.03.29 19: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뒤이어 "따따따---!" 수백발의 실탄이 우리를 향하여 날아왔다. "땡!" 하는 금속성이 들리더니 기관총이 굴렀다. 나는 구르는 기관총을 한 손으로 잡자 옆에 있던 사수가 다리 부분을 같이 잡았다.

곤지암 514고지의 기관총 기습 작전(1/2)

생생! 6·25/울프독의 War History 2011.11.18 14:19

 10여 년 전 6ㆍ25전쟁 당시 소대장으로 참전한 정철모 씨가 쓴 '탈주 400리'를 읽다가 경기도 광주군 곤지암에서 겪은 514 고지 공격 부분이 흥미가 있어서 기억해 두었었다.

 정철모 씨는 6ㆍ25전쟁 때 청주대학교에 재학하다가 장교로 임관, 당시 6사단 19연대 1대대 1중대 소대장이었다.

 1951년 2월 중공군에게 밀리던 유엔군은 다시 반격을 실시하여 북진할 때, 그의 중대는 경기도 광주군 곤지암 부근에서 중공군이 강력하게 방어하던 514고지에 대한 공격 명령을 받게 되었다.

[곤지암 부근 514 고지]



 화력이 좋은 미군도 1주일이나 공격했는데 점령하지 못했던 고지를, 고지 옆에 절벽을 두고 떨어져 있는 다른 고지로 은밀히 야간 침투에서 적의 참호에 기관총을 가하는 기발한 작전으로 적을 격퇴했다는 스토리다.

 마치 1904년 일본군이 러시아 군이 장악하고 있던 여순의 203고지를 공격했던 상황과 대단히 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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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4년 만주에 상륙하여 쿠로파트킨 지휘의 러시아군을 공격했었던 오야마 지휘의 일본군은 원래 강력히 요새화해 놓은 여순 반도 끝의 여순을 공격할 계획이 없었다.

 여순을 그저 포위만 해놓고 만주 평야로 북진해서 적의 주력과 결판을 낼 계획이었는데, 일본 해군의 요청에 의해서 여순 항에 숨어있던 러시아 극동 함대를 파괴하기 위해서 방향을 바꾸어 여순을 공략했었다.

 그러나 일본군은 막강한 적 요새 방어에 엄청난 피해만 입고 물러서야했다. 피해만 늘어가고 시간이 가던 중 여순 앞 바다에서 초계 항해하던 일본 해군은 여순 방어선과 동 떨어진 외딴 곳에 203고지를 발견하고 육군에 통보했다.

[1904년 11월 203고지]



 거리가 멀지만 그 곳에서는 여순 항내가 잘 보였다. 점령 후 관측소를 설치하고 육군 포병으로 항내의 러시아 함대를 하나하나 조준 포격을 하면 정박 상태의 극동 함대를 모두 격침시킬 수가 있었다. 

 일본군은 203고지에 전력을 집중했고 이를 뒤늦게 알게 된 러시아 방어군은 격렬하게 저항했었지만, 치열한 혈전 끝에 203고지는 결국 일본 함대에 점령당했고 여순 항내의 러시아 극동 함대는 육군 중포의 장거리 사격에 모두 격파되었다.

[203고지 점령 직후 일본 육군중포들을 대규모 화력을 여순 항내에 퍼부었다. 불타고  있는 곳은 유류 저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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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철모 씨 부대는 경기도 이천을 지나 곤지암의 오향리 북쪽 514고지를 향해서 약 30리 쯤 되는 곳으로 갔다. 미군이 일주일 동안 공격했지만 피해만 입고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 곳을 6사단 19연대 1대대 1중대가 인계 받았다.

 1중대의 첫 공격은 실패했다.

[좋았던 시절의 중공군이 미군 포로들을 호송하고 있다. 기고만장했던 그들에게 가해지기 시작한 반격은 불과 두달후 부터 시작되었다.]



 여기서부터 다시 정 철모 씨의 글을 옮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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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억세게 재수가 없는 날이다. 많은 피해만 입고 실패한 중대장은 화를 참지 못해서 술만 마시고 있었다. 4시경이 되었을 때 대대장과 작전장교가 모처럼만에 우리 진지로 올라왔다. 중대장과 소대장들이 마중을 하자 대대장은 한다는 소리가

 "중대장! 며칠간 공격하느라 수고했소. 허나 여보 저 고지하나 점령 못하고 많은 사상자만 내요? 머리를 써야지 머리를! 매일 꼭 같은 방향으로 공격을 하니 점령할 수가 있소? 앞으로 나가서 한 번 봅시다."

 관측이 잘 되는 곳으로 나가 엎드려서 전방을 관측하며 중대장은 적의 배치 상황과 화력에 대한 설명을 하고 공격 실패의 이유를 설명했다.

 "중대장! 공격에 실패한 이유를 아직도 모르겠소? 공격 방향을 바꾸어요! 저 뾰족한 봉우리에도 적군이 배치되어 있소?"

 "그 곳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됐어! 돌아갑시다."

[국군 포병의 사격]



 중대 지휘소로 돌아온 대대장은 상황판에다 붉은 색연필로 공격방향을 긋고 화살표시를 했다. 그리고 뾰족한 봉우리로 화살 표시를 한 다음

 "정 소위는 몇 소대장인가?"

 "화기 소대장입니다?"

 대대장은 바로 작전 명령을 내렸다.

 "정 소위도 이리와! 내 설명을 잘 들어! 중대장, 내일 다시 여명 공격하시오. 내일은 1개 소대를 전면 우측 능선으로 공격시키되 적의 수류탄 투척거리내로 접근하지 말고 양동 작전만 하도록.

 적의 관심은 그 쪽으로 집중시키고 주공[主攻]은 1개 소대로는 이제까지 공격을 하지 않았던 제일 좌측 능선으로 시키쇼. 적으로부터 노출된 지점이고 경사도가 심하나 공격 개시와 동시에 연막탄을 계속 쏘아서 관측을 차단시켜 주겠소.

 그리고 정 소위는 기관총 2정을 가지고 적의 측 후방에 위치한 이 뾰족한 봉우리를 점령하고 공격 개시와 동시에 적이 머리를 들 수 없도록 지원 사격을 하시오. 이 고지 높이로 보아서 적 진지가 환히 보일거야. 정 소위는 특공대원 8명을 차출해서 이리 데려 오시오."

[514고지의 아랫쪽 계곡]



 "넷!"

하고 대답한 나는 기관총 분대원 중에서 건장한 대원으로 8명을 선발하여 데리고 갔다. 대대장은 술 한 병을 가져 오라고 하였다.

 "1중대는 수차 공격을 했으나 많은 사상자만 내고 번번히 실패했다. 제군들은 특공대로서 적의 측 후방에 위치한 저기 보이는 저 뾰죽한 고지를 점령하고 공격 부대를 지원해야 한다. 내일의 공격 성패는 제군들 손에 달려 있다. 특공대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주기 바란다!"

 대대장은 의미심장한 훈시를 하고는 한사람씩 악수를 하고는 술을 따라 주었다.

 "정 소위! 저 고지에도 경계병 몇 명은 있을지 모르니 은밀하게 접근해서 처치하고 지원하도록 하게. 무운을 비네!"

 나는 대원들에게 준비상황을 일일이 알려주고 대기하고 있었다.

 "중대장님 밤 11시 정각에 출발하겠습니다. 눈이 많이 쌓여서 두 시간은 잡아야 되겠습니다."

 "도착하는 대로 즉시 보고하고 수시로 적의 움직임을 알리시오. 정 소위만 믿겠소 !"

 "염려 마십시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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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G Innot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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