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과연 전차기동이 불가능했을까?

생생! 6·25/퍼싱의 군사 이야기 2010.03.30 08:17


 

  여러분들은 우리나라 여행을 다니시면서 도로 옆으로 펼쳐진 백두대간의 아름다움에 감격을 하시는 일이 잦으실 겁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만 간혹 드는 의문점이 하나 있었는데 오늘의 이야기는 바로 이 의문점에 대한 것입니다. 바로 이렇게 산악지대가 많고 군데군데 하천이 흐르는 '한반도의 지형에서 60년전 전차들은 어떻게 기동이 가능했을까?' 하는 점이죠. 이를 바라본 두 가지 시선, 즉 소련과 미국의 대조적인 판단으로 인해 우리가 비극을 맞이했으니까요.

[소련에서 제작된 5부작 전쟁영화 "유럽의 해방( Освобождение )"]


  이 영화는 1943년 7월 5일에 감행된 쿠르스크 전투를 시작으로 1945년 5월 2일, 베를린 함락에 이르는 대여정을 총 5개 장으로 나눠 1968년부터 3년에 걸쳐 개봉한 대작입니다.


  자! 6·25 전쟁에 관련된 정보를 전해야할 포스트에 웬 소련 전쟁영화를 소개하느냐? 라는 의문을 품으실 분들이 계실 겁니다. 제가 이 영화를 소개하는 이유는 바로 이 전쟁에 참전한 무기 대부분이 출연함은 물론 이들이 6․25 전쟁 당시 북한군과 중공군의 주력으로 쓰였기 때문이죠(한마디로 영화 감상도 하고 당시에 쓰였던 무기들의 생생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흔히들 공산권의 무기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쓰는 사람" 보다는 "한 대라도 더 빠르게" 완성시킴과 동시에 "저렴한 가격"의 추구일 겁니다. 그러나 모든 무기들이 그렇지 않은 것이 당장 북한군과 중공군의 주력 전차로 운용된 T-34의 경우 5년 간에 걸친 실전경험을 통해 개량에 개량을 거듭하여 완성되었다는 점입니다.


  흔히들 T-34하면 85mm ZIS-S53 전차포를 장착한 T-34/85를 떠올리시겠지만 원래는 76.2mm F-34 전차포를 탑재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독일과의 전쟁이 없었다면 북한군은 이 전차로 남침을 감행했겠죠?




  강력한 85mm ZIS-S53 전차포를 탑재하고 엔진을 V-2-34 520 마력 디젤로 교체함으로써 공격력과 기동력, 방어력의 균형을 완성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T-34/85. 이 전차가 바로 북한군에 242대가 넘겨짐으로써 남침의 선봉에 서게 됩니다.


  1945년 8월 15일, 해방 이후 북위 38도선 이북에 진주한 소련군의 지원으로 정권 수립을 하기도 전에 군대부터 보유하게 된 북한은 남침을 통한 무력 적화통일 준비에 박차를 가하게 됩니다.  초등학교 시절 6·25 전쟁 직전 북한군의 창설 과정에 대한 궁금증이 충만했던 저는 양호실 책꽂이에 꽂혀있던 관련 서적들을 뽑아 읽었고 그 중 다음과 같은 구절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한반도의 지형을 정밀 분석한 소련군 군사고문단은 산악지대가 많고 하천이 즐비한데다 도로가 협소하기 때문에 전차의 기동이 불편하고 한국군에 전차가 전무하기 때문에 구태여 많은 전차를 지원해야할 이유가 없어졌다."
  이게 무슨 얘기냐면 어느 정도 아시다시피 북한군의 전력 증강은 철저하게 소련의 관리 하에 이뤄졌는데 최초 미하일 예피모비치 카투코프 대장을 주축으로 한 소련 군사고문단은 북한군에 2개 전차사단을 창설할 목적으로 500대의 T-34/85를 판매할 예정이었습니다.


  갓 해방된 북한이 무슨 돈이 있어서 이렇게 많은 수의 전차를 구입할 생각을 했느냐? 라는 의문을 가지시겠지만 그 비용의 출처는 바로 소련이 제공한 2억 루블의 차관과 북한에서 생산되는 광물들이었습니다.  
당시 일본이 북한 지역에 증설한 공업지대의 힘도 컸고요.  오죽하면 전력 발전시설이 북한에 위치한 이유만으로 우리가 곤욕을 치러야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한반도 지형을 정밀 분석해본 소련 군사고문단의 입장에서 볼 때 광활한 평야가 주류를 이뤄 전차가 기동하기에 별다른 문제점이 없던 유럽과는 완전 딴판이었다는 점이죠. 특히 한국군이 전차를 단 한 대도 보유하지 못한 것은 북한군의 입장에서 볼 때 오히려 속이 상할 일이었다고 해야겠습니다. 

  결국 북한군에 공급된 T-34/85는 총 242대! 덕분에 북한군은 당초 창설할 2개 전차사단 대신 1개 전차여단의 창설에 심혈을 기울여야 했고 제208 전차 훈련연대와 같은 신병교육부대의 교육용 및 예비 차량 확보를 위해 편제를 소련군 정규 편제의 절반 수준으로 감축해야 했습니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소련이 비록 전차를 예정보다 절반 이하로 감축해 판매했지만 한반도 지형에서 전차 운용이 불리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했다는 점입니다.  실제 소련군의 철저한 감독 하에 작성된 작전 계획에서 보병사단에 배속된 전차연대의 임무 비중이 컸다는 점을 봐도 그렇습니다.



  하천이나 늪지대는 전차에게 있어 가장 치명적인 장애물이지만 소련은 1944년 6월 22일에 감행한 바그라치온 작전을 통해 늪지대를 간단하게 돌파함으로써 독일군의 허를 찌른바 있었고 따라서 한반도 지형에서도 전차가 충분히 기동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오늘날 한국군이 2,200여대 이상의 전차를, 북한군이 3,800여대의 전차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만 봐도 한반도 지형이 전차들이 기동하는데 그렇게 불리하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죠. 

  하천이 많다고 해도 도섭장비가 잘 발달된 소련제 전차들이 스노켈만 장착해도 어렵지 않게 도하가 가능하다는 점은 개전 초기 북한군 제1 군단의 임진강 돌파로 증명된 바 있습니다.


  이것은 어느 정도 제약이 있기는 해도 전차가 충분히 한반도 지형에서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소련의 시선이었습니다.



  해방 이후 한반도에 진주한 미군과 군사고문단은 하천이 많고 산악지대가 전 국토의 70%에 달하는 한반도의 지형에서 전차가 기동하기는 어렵다는 결론과 이승만 정부의 무모한 북진통일 주장에 우려를 표시, 한국군에 전차 지원을 거부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의 시선은 어떠했을까요?

  미국 역시 기본적으로 한반도 지형에서 전차가 기동하기에는 너무나도 불리하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당연히 초기에 가지고 왔던 약간의 기갑차량들을 1949년, 철군과 함께 고스란히 가지고 가버렸죠.  덕분에 북한군이 T-34/85와 Su-76 대전차 자주포로 전차여단과 자주포 대대를 창설하고 있을 때 우리 군은 기갑연대에 M8 "그레이하운드" 장갑차 27대와 M3 반궤도 장갑차를 보유하는데 그치고 있었습니다.  정보부를 통해 속속 북한군의 T-34/85에 대한 위협을 감지한 한국군의 신성모 국방장관은 미국에게 M26 "퍼싱" 중전차 183대를 공여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간단하게 거절당하고 말았죠.


  한반도 지형에서 M26을 운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미군이었지만 막상 참전하고 보니 전차의 기동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었다는 점이 아이러니였고 결국 M26은 200대나 한반도에 투입되어 맹활약했습니다.

  미국이 한국군에게 퍼싱 전차를 공여하기를 거부한 원인은 앞서 언급한 지형적인 문제가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실제 미군의 참전 이후 논밭 및 진흙탕으로 범벅이 된 도로에서 퍼싱이 빠져버리는 순간 견인을 요구하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아무래도 논밭과 좁은 도로, 줄기차게 흐르는 하천과 산악지대로 인해 한반도에서 퍼싱이나 셔먼이 기동하기에는 불리하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었고 수시로 "아침은 서울에서, 점심은 평양에서, 저녁은 신의주에서 먹는다"는 슬로건으로 북진통일을 주장하고 있던 이승만 정부에 대한 우려도 한몫 두둑이 했지만요.




  전차가 기동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최초 판단과 달리 개전 이후 참전한 미군은 별다른 문제없이 한반도에 1,326대의 전차를 끌고 와 작전을 수행했고 중요한 위기 때마다 전차들이 해결사로 나서 모면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미국의 전차 공여 거부로 인해 6월 25일, 북한군의 공세 속에서 전차가 전혀없던 한국군은 처절한 육탄돌격을 감행하는 등 참혹한 피해만 입은 채 낙동강까지 밀려나는 수모를 당해야 했습니다.  아무리 외관상 불가능해 보여도 반드시 가능성이 있다면 한번 시도해보라는 얘기가 있듯 최소한의 가능성에 주목한 소련과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만을 믿고 판단한 미국의 대조적인 시선은 역사의 향방에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 셈이 되었습니다.


  현재 퍼싱의 군사 이야기에 연재 중인 만슈타인은 1994년 6월, 초등학교 3학년 시절 MBC와 KBS에서 활발하게 방영해주던 전쟁영화들을 두루 시청하면서 "밀리터리"라는 취미를 16년째 영위하고 있습니다. 

  2001년, 인터넷이 개통되기가 무섭게 다음의 밀리터리 카페에서 활동하며 축적한 지식과 자료들을 기반으로 2004년 1월 1일, 포탈 사이트 "야후! 코리아"에 최초로 전쟁영화 전문 블로그인 "퍼싱의 전쟁영화 이야기"를 개설해 6년 째 장기적으로 운용 중입니다. 


  어린 시절 추억에 대한 소중함을 워낙 중요시하다보니 자연스레 사진 촬영에도 관심이 많아 현재 캐논 EOS 7D와 EOS 50D로 사진 촬영을 즐기는 편이며 군사 전문지 "월간 디펜스타임즈 코리아"에서 사진 / 취재기자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LG Innot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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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꿈꾸는 세상살이 2010.03.30 13: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럼 지금 우리가 퍼싱이 제공해주는 군사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입니까?
    우리 군이 해설하고 우리 군이 파악한 자료를 바탕으로 하는게 아니라는 말인가요?
    우리나라 625전쟁에 참가하지 않았던 퍼싱이 제공하는 군사이야기를 역사로 듣고 있는 것이라면 이것은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해명좀 해주세요.

  2. ╋만슈타인╋ 2010.03.30 18: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꿈꾸는 세상살이// 제 해설은 엄연히 실제 참고자료와 당시의 전투기록 등을 토대로 작성되는 것입니다. 현재 육군사관학교 전사학과를 비롯한 각종 연구기관의 인원들 중 한국전쟁 전후 세대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다 이 분들 역시 당시의 기록들을 참고하여 자료서적을 편찬해 내고 있으며 저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죠.

  3. 강준일 2010.07.01 19: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만슈타인님// 디펜스타임즈 7월호 기사 잘 읽었습니다.

    내용이 언제나 간편하면서도 배치를 잘 해주시는데 아! 6.25도 마찬가지라 더 좋은 것 같습니다.

    건필하세요~

  4. 강효섭 2010.07.02 20: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디펜스타임즈 코리아지는 약간 어렵기는 하지만 만슈타인님 기사는 난이도가 쉽게 조정되어서 읽기가 좋더군요

    항상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5. 김형래 2010.07.11 07: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글의 내용에서 포스가 심상치 않았는데 디펜스타임즈 코리아 기자시군요

    국방부는 워낙 경직된 조직체계라 글쓰는 방식이 쉽지 않을텐데 정말 대단하십니다.

  6. 김수민 2010.07.19 21: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디펜스타임즈 2009년 1월호는 표지가 아주 멋있었는데 그 다음부터는 온통 육군 위주라 좀 아쉽습니다.

    해군도 은근히 멋진 것 많은데요 ㅠ_ㅠ

  7. 아라파트 2012.03.07 07: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노캘...

    전차 승무원들은 사실 스노켈 장비도 별로 본적 없고 도하나 도섭도 거의 해본적이 없다지요.(4년 군생활 중 2번 해봣슴니다.) 그리고 몇몇 도하킷 장착 가능한 전차들의 경우도 내부 튜브가 손상 되어있는 등. 스노클이 불가능 한 상태라죠. 아마도 강은 다리로만 건널 모양입니다.

  8. Adaline Amadon 2012.06.01 11: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당신에게 완벽을 제안했습니다. 표현을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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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survival kit in a can 2012.10.21 00: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차 승무원들은 사실 스노켈 장비도 별로 본적 없고 도하나 도섭도 거의 해본적이 없다지요.(4년 군생활 중 2번 해봣슴니다.) 그리고 몇몇 도하킷 장착 가능한 전차들의 경우도 내부 튜브가 손상 되어있는 등. 스노클이 불가능 한 상태라죠. 아마도 강은 다리로만 건널 모양입니다.

  13. indonesia rattan furniture 2012.12.30 21: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종류의 논의 충분한 시간을내어 특

  14. obat herbal keputihan 2013.02.06 23: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능한 전차들의 경우도 내부 튜브가 손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