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의 주력 분대기관총-DP

생생! 6·25/퍼싱의 군사 이야기 2010.04.12 18:40

  2004년, 한국 영화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대작 '태극기 휘날리며',  이 영화는 '은행나무 침대'와 '쉬리'로 유명한 강제규 감독이 최초로 시도한 본격 6·25 전쟁영화입니다( 크게 보시려면 클릭을~! )

  '아! 6·25' 블로그를 방문하시는 분들 중에 혹시 6년 전, '태극기 휘날리며'라는 영화를 감상하신 분들이 계실 겁니다.  
  이 영화는 저도 모처럼만에 시도된 본격 6·25 전쟁 관련 영화였기 때문에 극장에서만 3차례 감상하고 DVD도 초기 출시분을 예약 구매할 정도로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  
 
감상하신 분들은 아마 장동건씨와 원빈씨가 열연한 이진태-이진석 형제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셨겠지만 아무래도 분야 특성상 제 시선을 잡은 것은 그 동안 한국영화에서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총기들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두밀령 고지 전투 부분에서 이진태의 최후를 장식하게 한 2정의 독특한 외모를 지닌 기관총, 바로 데그챠레프의 DP가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이 글은 제가 사진 / 취재기자로 몸담고 있는 군사전문지 월간 "디펜스타임즈 코리아(Defensetimes Korea)" 2009년 12월호에 기고한 기사에서 일부 발췌했습니다.

   여러분들 중 군생활을 하시면서 가장 기본적으로 행동하는 '단위부대'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분대(SQUAD)"일 것입니다. 
  
분대는 소대보다도 아래에 있는 제대인만큼 가장 활발하게 움직여야 하는 부대인 것은 군 복무를 마치신 분들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사실 제가 군복무할 당시 최초로 배치되고 상병 진급 후에는 분대장이 되어 직접 이끌었던 분대(저는 운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기관총 분대"였습니다)의 경우 훈련 때만 되면 여러 곳으로 화력 지원을 다니느라 애를 먹었던 적이 한 둘이 아니었죠.
  이렇게 몸이 둘이라도 모자랄 지경으로 바쁜 분대의 특성상 이들을 지원해줄 지원화기, 즉 군대 용어로는 "공용화기"라 불리는 무기들 중 기본적으로 보병에 편제된 것은 흔히 3가지로 나뉩니다.  
 
첫째, 분대 자동수! 문자 그대로 소총수에게 연발 사격에 유리하도록 양각대와 탄약을 지급하는 것이지요.  
 
가장 간단하면서도 신속하게 배치가 가능하지만 군대에서 M16A1이나 K-2 소총을 다뤄보신 분들은 연발 사격 시 명중률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잘 아실 겁니다( 저도 즉각조치 및 분대 전투 사격에서 점사와 연발은 가급적 배제하고 단발 사격만 집중적으로 했으니까요  
   따라서 분대 자동수는 일시적인 화력집중 효과 이상을 기대하기가 어렵고 장시간의 연발사격 시 소총에 무리를 가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소총에 부착할 수 있어 높은 휴대성을 발휘하는 한편 소총 사격과 유탄 사격을 병행할 수 있는 이점을 제공한 미군의 M203. 비록 유탄수가 일반 소총수보다 휴대할 장비가 늘어나는 단점이 있지만 이것을 장착한 것만으로도 무시못할 위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두번째는 베트남전 이후 본격적으로 배치되기 시작한 유탄수! 보통 일반인이 투척할 수 있는 수류탄의 거리가 평균 30m 정도였던 시절에 무려 300m 이상까지 안정되게 40mm 유탄을 날려보낼 수 있는 유탄 발사기의 존재는 전장의 병사들에게 "복음"과도 같았습니다.
  특히 미군이 투입한 M203은 소총에 부착해 휴대성을 높임으로써 소총 사격과 유탄 사격을 병행할 수 있는 이점을 제공했고 우리 군도 K-2 소총의 채용과 동시에 전용 유탄발사기인 K-201을 배치할 정도였으니까요.  비록 유탄수가 일반 소총수보다 휴대하는 짐의 양이 늘어난다는 단점이 있지만 사실상 들고 다니는 "대포"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은 막강한 화력을 보유하니 분대에게 이만큼 좋은 것은 없는 셈이죠.

  오늘날 분대 기관총의 대명사로 꼽히는 벨기에 FN사의 "미니미". 우리 군도 K-3로 자체 생산해 운용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이 바로 기관총입니다.  기관총은 분/소대 화력의 중심이자 가장 막강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한 무기이기 때문에 모든 국가들에서 반드시 엄정한 심사를 거쳐 채용했습니다.  

  기관총은 보병전투의 주역이었기 때문에 비싼 가격과 큰 덩치, 그리고 육중한 무게로 인해 운반하는 병사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사진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주력 기관총이었던 MG.08로 안정적인 사격과 편리한 운반을 위해 썰매형 삼각대에 거치한 모습입니다.

  분대는 군 단위부대 중에서 가장 활발하게( 어떤 의미로는 "빡세게" ) 움직여야 하는 부대인만큼 기관총은 사정거리와 연사능력이 조금 떨어져도 가볍고 휴대하기 편한 것이 필수였습니다. 사진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군의 주력 분대 기관총으로 운용된 '브렌'으로 연사력이 좀 떨어졌지만 비교적 휴대가 편하고 신뢰성이 우수해 '걸프전' 때까지 운용되었습니다( 이 총 역시 중공군이 많이 노획해 아군을 향해 난사했죠 )

  특히 분대가 들고 다니는 기관총은 가급적 가벼우면서도 소총수들과 같은 탄환을 장전함은 물론 높은 내구성을 요구했습니다.
  6·25전쟁 당시 북한군과 중공군은 불완전하기는 했어도 그러한 총을 보유한 반면 UN군과 한국군은 전혀 그렇지 못했습니다.
 

  DP를 설계한 바실리 알렉세예비치 데그챠레프. 1879년 12월 21일, 병기 생산의 중심지 중 하나인 "툴라"에서 태어나 1901년 군에 입대한 후 포병 장교로 복무 중 총기 설계에 투신해 다양한 종류의 총기들을 설계/완성시켜 소련군을 무장시킴은 물론 북한군과 중공군의 무장에도 기여했습니다.

  6·25 전쟁에서 북한군과 중공군의 분대 화력지원을 담당한 DP는 소련의 총기 설계자인 바실리 알렉세예비치 데그챠레프(Василий Алексеевич Дегтярёв, 1879~1949)의 작품입니다.  
 
당시 유럽 각국의 군대는 분대가 휴대할 수 있는 가벼운 기관총을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었고 데그챠레프의 조국인 소련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1926년, 데그챠레프는 그 동안 꾸준한 연구를 통해 확보한 노하루를 십분 발휘한 기관총의 시제품을
제출했는데 이것이 높은 평가를 받아 이듬해인 1927년, 마침내 제식명 "DP(Дегтярёва Пехотный, 데그챠레프 보병용)"로 소련군에 채용되었습니다. 

  정면에서 촬영한 DP. 단순하고 투박한 소련제 병기답게 고급스러운 장식이나 세련됨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그만큼 빠르게 생산이 가능하고 고장날 확률이 낮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다만 47발의 탄이 장전되는 쟁반 탄창을 사용하다보니 지속 사격 능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지만 동시대의 다른 기관총들이 평균 2~30발의 탄창을 사용했던 탓에 연사력은 약간 우세한 편이었습니다.

  DP의 총열과 양각대, 가스 활대, 쟁반 탄창의 디테일입니다. 양각대 고정 방식도 대단히 간단한데 보통 어지간히 파손되면 새 부품으로 교체해주는 것과 달리 소련군은 새 총으로 교체해주는 통 큰 군대였습니다(이는 그만큼 총의 생산성이 우수했기에 가능했습니다)

  소련군 수뇌부의 눈에 들어온 DP의 장점은 기관총 생산에 필요한 정밀 가공설비가 불충분하고 공업기술력이 취약했던 소련에서 얼마든지 대량 생산이 가능하도록 구조를 최대한 단순화시켜 쓸데없는 군더더기를 쳐낸 것이었습니다.  
 
또한 작동 방법 역시 최대한 단순화시켰는데 이는 아직 고학력자가 드물었던 소련군 병사들이 약간의 교육훈련만 이수하면 얼마든지 분해/결합은 물론 간편한 고장까지도 쉽게 고칠 수 있는 이점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북한군과 중공군 병사들에게도 좋은 장점으로 작용했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었죠.

  DP는 단순한 구조와 높은 생산성으로 무려 795,000정이나 생산돼 소련군의 주력 분대 기관총으로 활약했습니다.

  DP는 총 795,000정이나 생산이 돼 독일과의 전쟁 중 소련군 병사들의 무기 부족 문제를 해결해줬고 종전 이후 새롭게 공산진영에 합류한 동유럽 국가들의 재무장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여기에 전차 탑재용으로도 채용되면서 좁은 전차 내부에서도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도록 개량된 DT가 등장합니다. 
DT는 당시 소련군의 모든 전차들에 동축 기관총(Coaxial Machine Gun)으로 장착되었고 T-34 전차에도 2정이 거치되었습니다.

  DPM. DP의 단점 중 하나인 복좌 용수철 문제를 해결하고 권총 손잡이를 부착한 형식입니다. DP의 완충 복좌 용수철은 총열 아래에 위치한 가스 활대에 감겨있어 과열될 경우 용수철이 느슨해지는 단점이 있었는데 용수철을 총몸 뒤쪽에 별도로 장착함으로써 문제점을 해결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DP는 1948년에 창설된 북한군에 대량으로 배치되었습니다. 비록 47연발 탄창을 사용해 지속 사격 능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지만 아직 기관총이 완전 배치되지 않은데다 분대 지원을 BAR(Browning Automatic Rifle)이 담당하고 있던 한국군에 비하면 화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던 셈이 됩니다.

  당시 DP에 대응되는 미군과 한국군의 화기는 바로 브라우닝 자동소총, 즉 BAR이었습니다. 20발 탄창을 장전하는 바람에 연사력이 DP보다 떨어지는데다 개량형인 M1918A2에 이르면 무게가 무려 8.8kg이나 돼 휴대성도 좋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1950년 6월 25일, 개전과 동시에 남하한 북한군 보병들은 소총 화력에서는 한국군의 M1 개런드, M1 카빈에게 열세를 면치 못했지만 DP의 강력한 지원사격으로 빈번히 우위를 점했습니다.  특히 한국군의 기관총 부족으로 DP의 사격을 받는 상황에서도 효과적인 대응이 어려웠습니다.

  DP와 탄창 수납용 탄통. 소련은 기관총 사수의 예비 탄창 휴대를 위해 전용 탄통을 생산, 여기에 탄창 3개를 수납하게 하여 총 4개, 188발의 탄환을 휴대할 수 있도록 조치했습니다.

  DP는 대량 생산된만큼 북한군과 중공군에 적잖은 양이 넘겨져 휴전 시까지 한국군과 UN군을 괴롭혔고 강력한 7.62mm×54R탄의 위력과 단순하고 고장이 적은 구조로 높은 전장 생존성까지 갖춰 전쟁 말기의 고지 쟁탈전에서도 토치카와 참호에 거치돼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따라서 고지를 탈환하는데 성공하더라도 야간 공격을 감행해 오는 북한군의 반격의 선봉에서 탄막을 형성하는 DP는 적잖은 골칫거리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DP의 단순한 구조와 높은 생산성은 총을 제대로 손질할 여유가 없는 전장에서 무시못할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기관총 사수들에게 있어 어지간히 총을 혹사시키지 않는 이상 작동불량을 일으킬 일이 없는 DP는 복음과도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죠(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 출연한 DP의 모습입니다 )

  휴전 이후 DP는 한동안 북한군에서 현역으로 운용되었지만 본격적으로 탄띠를 사용하는 RPD와 PK 같은 신형이 배치되면서 일선에서 도태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만약 유사시 북한군이 패주 직전까지 몰리게 된다면 아마 조용히 무기고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이 총이 다시금 실전에 투입될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는 경계를 늦춰서는 안될 것입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DP. DP는 단순한 구조와 강력한 화력으로 북한군의 주력 분대 기관총으로 맹활약했습니다.

  DP는 현재 완전 도태된 상태이며 분대 기관총 임무는 AK의 아버지, 미하일 칼라시니코프가 설계한 RPK가 맡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분/소대급 기관총인 미하일 칼라시니코프의 PKM. 이 총 역시 북한에서 73년식과 82년식으로 운용 중인데 이는 별도로 소개하겠습니다.
Posted by LG Innot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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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레고리 팩 2010.06.01 19: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총 포화 속으로에서 구갑조가 직접 들고 난사하더군요. 실전에서 저렇게 쏴댔다가는 손바닥에 화상입기 좋을텐데 말이죠

  3. 강효섭 2010.07.02 20: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포화 속으로에서 권상우가 람보처럼 들고 쏘던 장면 참으로 놀라웠죠

    13kg짜리 기관총을 들고도 잘 견디더군요

  4. 2010.08.16 10: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뚜루라기 기관총, 저걸로 우리 형님께선 의정부 전투에서 손목을 관통당햇엇다, 국군들 많이 사살당한 악마의 기관총이다, 꼴도보기실타,

  5. Wedding color schemes 2011.09.29 16: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뱃살이 두툼해지는 듯 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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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군에도 M1919A6가 있었지만 아무래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MG08/15와 큰 차이가 없었던 점이 안타까운 부분이죠.

  11. electrician nj 2013.05.22 16: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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