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 중장의 비극과 불운

생생! 6·25/퍼싱의 군사 이야기 2010.08.12 09:02

  6·25 전쟁은 역대의 그 어떤 전쟁 못잖게 많은 영웅들을 탄생시켰습니다.
  대개 전쟁영웅들의 희비는 참으로 극과 극 그 자체인데 이 중에서도 뛰어난 전공에도 불구하고 가장 불운하고 안타까운 최후를 맞이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미 제8군사령관 월톤 워커 중장입니다.
  그는 가장 어렵고 힘든 시기에 작전을 지도했음에도 중공군 개입 후 38선으로 후퇴하는 과정에서 한국군의 트럭과 충돌하여 운명을 달리했습니다.
  그런 탓인지 워커 중장은 군사령관으로서 숱한 전공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매튜 리지웨이·밴플리트 장군만큼 영예를 누리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워커 중장은 영광보다 오히려 불운·비극으로 점철되다시피한 장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월톤 워커 중장은 여러분도 잘 아는 조지 스미스 패튼 대장의 휘하에 있었습니다.
  패튼 대장은 제3군 사령관 시절 특유의 쾌속 기동전을 통해 북프랑스와 유럽 전선에서 독일군을 공포에 몰아넣은 맹장이었고 특히 과감무쌍한 기동작전을 선호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특유의 과감한 고속 기동전을 통해 독일군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제3군 사령관 조지 스미스 패튼 주니어 중장. 그의 과감한 지휘 기질은 부하였던 워커 중장이 그대로 물려받았습니다.
  이러한 상관의 지휘를 받은 워커 중장은 곧 6·25 전쟁이 발발하자 한반도로 이동합니다.
  물론 전쟁 초반은 그에게 있어 비극과 시련의 시기였습니다.
  워커 중장이 한반도 전선의 지상군 총사령관으로 임명받고 전황 파악을 위해 한국에 온 첫날인 1950년 7월 8일 미 제24 보병사단 예하 34 보병연대장 로버트 마틴 대령이 천안전투에서 북한군 T-34/85의 일격을 받아 전사함과 동시에 부대가 와해돼 천안이 함락되었고 7월 13일, 대구시에 미 제8군 사령부를 설치하고 전선을 지도했지만 아직까지 전황은 북한군에게 유리하게 전개되었기 때문입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7월 20일에는 전략적 요충지인 대전이 함락됨은 물론 사단장 딘 소장까지 북한군에게 포로로 잡히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미 제24 보병사단장 딘 소장과 워커 중장. 딘 소장은 최선을 다해 대전을 사수하고자 고군분투했지만 승승장구하고 있던 북한군의 노련한 작전으로 결국 패전지장이 됨은 물론 주민의 밀고로 포로가 되는 수모까지 겪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과 태평양 전쟁에서 승리함은 물론 새로운 세계의 맹주로서 무소불위의 군사력을 자랑하던 미군은 그 어떠한 전쟁에서도 당해보지 못했던 수모를 겪으며 패퇴를 거듭, 결국 최후의 방어선 낙동강에서 배수진을 쳤습니다.
  이 때의 망신으로 인해 인천상륙작전을 계획하고 있던 맥아더 원수는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미 제8군 사령부를 전격 방문, 워커 중장에게 “됭케르크·바탄 같은 후퇴는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되오”라며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낙동강 방어선을 사수해야 함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도대체 본토의 증원군은 언제 오는 겁니까?" 좌측부터 제8군 사령관 워커 중장, 콜린스 대장, 존 처치 준장. 워커 중장은 개전 초반 당장 동원할 수 있는 전력이 충분치 못했던 취약점까지 극복해야 했습니다.
  문제는 워커 중장에게는 예비 전력이 충분치 못해 보다 융통성있는 작전을 수행하기가 어려웠다는 점이죠.
  특히 그를 더욱 난감하게 한 것은 전선에 투입된 미군이 대부분 축소 편제된 일본 주둔 부대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들 사단은 3개 보병연대로 편성되어 본토 주둔군과 편제상 차이는 없었지만 각 연대는 겨우 2개 대대만 완편되어 있어 사단 전투력은 사실상 2개 연대 수준이었고, 포병과 전차부대도 사정이 이와 비슷했습니다.

  오늘날의 주한 미군 제2 보병사단은 규모가 많이 감축되었어도 여전히 한국군 1개 사단을 능가하는 전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군의 예상을 깬 북한군의 빠른 남진 속도는 워커 중장을 크게 당혹시켰습니다.
  결국 워커 중장은 독소전 당시 과감한 기동작전을 선보인 소련군에게 훈련받은 북한군의 위력에 경악하며 일본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 병력들을 부산항에 상륙하는 즉시 바로 전선에 배치시키는 실책을 범하고 말았죠.
  상황이 이러하니 효과적인 방어 진영 배치나 예비부대의 확보 따위는 한낯 꿈속의 꿈에 불과했습니다.
  그러함에도 워커 중장은 최악의 전장 환경에서 ‘가난하면서 자식 많은 흥부’가 한 끼 식사를 때워 나가듯 전선을 유지해 나갔습니다.
  한반도에 상륙한 미 제1 기병사단. 하지만 이들은 상륙과 동시에 곧바로 전선으로 이동해 전투를 치러야 했습니다.
  7월 말부터 시작된 미 본토증원 병력으로 전선에는 약간의 여유가 생긴 듯했지만 아직 전세를 역전시키기는 부족했습니다.

  바로 북한군의 대대적인 정면 공격이 시작되었기 때문이죠.
  그러자 워커 중장은 즉각 미군 1개 보병연대를 차출해 전략 예비대로 북한군에게 돌파된 지역마다 마치 응급환자에게 긴급 수혈하듯 다부동과 영산돌출부와 같은 ‘전략적 공백지대’를 메워 나갔습니다. 
  여기에 한국군은 아직
 군단조차 편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군 뿐만 아니라 한국군에 대한 작전지도를 수행하는 등 워커 중장은 그야말로 만능 엔터테이너적인 기질을 발휘해야 했습니다. 
  이 때문에 제8군 사령관으로 모자라 한국군의 사단들까지 지휘해야 하니 자연스레 지휘부담도 커지게 되었고 1944년 유럽전선에서 패튼 중장의 휘하로 용맹을 떨쳤던 워커 중장은 모든 것이 부족하고 촉박한 한반도에서 졸지에 '우리에 갇힌 맹수'꼴이 되며 지쳐갔습니다.
  캠프 케이시에서 담소 중인 미 제2 보병사단장 마이클.S.터커 소장과 한국군 제5 기갑여단장 나상웅 준장. 오늘날 한국군은 야전군과 군단, 독립 기갑여단 등을 갖춘 체계화된 군대로 거듭났지만 6·25 초반에는 그야말로 독자적이라기 보다는 사실상 군단급 작전은 미군의 지휘를 받아가며 수행해야 했기 때문에 미군의 고초가 컸습니다. 
  그렇게 어렵사리 버티며 지탱했던 낙동강 전선에서 마침내 총반격작전이 감행되자 워커 중장은 오랜 고생에 대한 보답을 받을 것이며 앞으로 닥칠 영광에 잠시나마 희망을 가졌지만 작전의 하이라이트인 서울 점령의 영광은 제10 군단장 알몬드 소장에게 돌아가 버렸습니다. 
  그렇게 고초를 겪어가며 전선을 유지하고 총반격작전까지 성공시킨 대가는 너무나도 초라한 것이었죠.
  하지만 그의 시련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으니 전선이 점차 북쪽으로 이동함에 따라 광범위해진 전선을 보다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알몬드 소장과 지휘권을 나누라는 상부의 지시가 내려온 것이었습니다.
  이는 명분은 좋았지만 아무런 영광도 누리지 못한 워커 중장에게 ‘치욕'이나 마찬가지였죠.
  그나마 북진작전에서 한국군 제1 보병사단 "전진부대"의 평양 점령으로 겨우 체면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곧이은 중국 인민지원군의 전면적인 개입은 악운이자 비극의 서곡으로 작용했습니다.
  태형의 골짜기에서 미 제2 보병사단은 경무장한 보병이 주력이었던 중국 인민지원군의 작전에 말려들어 문자 그대로 판돈을 완전히 날려버렸고 이는 오늘날까지 '인디언 헤드'의 치욕 중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유명한 태형의 골짜기에서 미 제2 보병사단 "인디언 헤드"가 궤멸적 타격을 받는 것을 시작으로 한국군 제2 군단이 완전히 박살나 미8군 상황판에서 사라져 버렸으니 개전 이래 당해왔던 패배 중 이렇게 참담한 경우가 또 없었습니다. 
  특히 최대의 전리품이자 마지막 자존심이던 평양을 포기하고 38선 이남으로 후퇴하라는 명령을 하달하며 워커 중장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습니다.
  
군 생활을 시작한 이래 이렇게까지 치욕적인 경우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워커 중장의 불운과 비극으로 점철된 뫼비우스의 띠는 1950년 12월 23일, 한국군 트럭과의 충돌 사고로 종결됐습니다. 
  평소 자동차 스피드광( 狂, Mania )이었던 워커 중장은 의정부 북쪽 덕정에서 한국군 트럭과 충돌해 사망한 것이죠.  미국 정부는 워커의 중장 전공을 기려 대장으로 특진시켰지만 이미 고인이 된 사람에게 이런 조치는 이미 한 발 늦은 셈이 되고 말았습니다.
  오늘날 워커 대장의 묘지
  하지만 워커 대장의 생전 활약으로 오늘날 한반도의 안보는 더욱 굳건하게 다져진 만큼 우리는 그의 노고를 절대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Posted by LG Innot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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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Logo Design Contest 2011.09.13 20: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상웅 여단장님 오랜만에 뵙네요. 3사 16기로 임관해 항상 멋진 모습을 보여주셨는데 이렇게 여단장까지 진급하신 모습을 보니 감개무량합니다.

  3. Write My Essay 2011.09.13 20: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매사가 그런 것이죠. 전쟁영웅은 대단히 허망한 법입니다

  4. chat 2011.10.30 06: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どのような有用な記事は本当に再びこの時間と時間に戻って来るということだ。おかげで..

  5. Memphis Jobs 2011.11.01 03: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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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올려도 되냐고 여쭤봤는데 답을 안주셨잖아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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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Chatrandom 2013.05.02 01: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6·25 전쟁은 역대의 그 어떤 전쟁 못잖게 많은 영웅들을 탄생시켰습니다.

  18. Social Bookmarking 2013.05.14 05: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3사 16기로 임관해 항상 멋진 모습을 보여주셨는데 이렇게 여단장까지 진급하신 모습을 보니 감개무량합니다.

  19. Rapid Writers 2013.06.26 20: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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