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이름으로 불려진 고지

생생! 6·25/August의 군사세계 2010.09.02 09:15

  2000년대 들어서 외국의 유명 연예인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그리 낯선 광경이 아닙니다.  이들이 한국을 방문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돈 때문인데, 그만큼 우리나라가 문화 예술분야에 있어서 세계적으로 중요한 시장이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우리나라가 그리 의미 있는 시장이 아니었고 한국을 찾는 외국 유명 연예인들도 대부분 전성기를 지난 경우가 많았습니다.


[최근 내한 한 안젤리나 졸리의 모습 (사진-스타뉴스)]


  그런데 의외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최근 못지않게 할리우드의 톱스타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6·25전쟁이 발발하고 휴전이후에도 첨예한 대치가 이뤄지던 지난 1950년대가 바로 그랬는데, 당대의 초특급 스타들이 줄지어 내한하였습니다.  그때 한국을 찾은 유명연예인들을 살펴보면 밥 호프(Bob Hope), 마릴린 맥스웰(Marilyn Maxwell), 미키 루니(Mickey Rooney),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 등 이루 거명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1950년 10월 최전선인 원산에서 위문공연을 펼친 밥 호프]


  당시에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여서 문화 예술 분야에서 세계의 주목을 끌만한 시장이 당연히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들이 평생 이름도 들어 본적이 없던 한국을 찾아왔던 이유는 주한미군을 위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1954년 초에 방한한 먼로는 일본으로 신혼여행을 왔다가 미군 당국의 요청이 있자 망설이지 않고 한국으로 곧바로 건너와 병사들을 위해 한 겨울에 얇은 무대복을 입고 공연하였을 정도로 열정적이었습니다.


[신혼여행 도중 방한하여 공연 중인 마릴린 먼로 ]


  대부분 그들은 금전적인 대가도 없이 자발적으로 찾아온 경우여서 최전선의 불편한 시설을 결코 탓하지 않았습니다.  대중의 사랑을 먹고사는 그들은 오히려 이것을 당연한 의무로까지 생각하였습니다.  사실 할리우드의 유명 스타들만 그런 것은 아니었고 당시 우리나라의 연예인들도 위험한 최전선으로 병사들을 찾아가 사지에서 고생하는 국군을 위문하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연예인들도 병사를 위문하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국을 찾아왔던 할리우드 스타들 중에는 1957년 방한 한 제인 러셀(Jane Russell)도 있었습니다.  그녀는 1953년 빅히트를 기록한 영화인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Gentlemen Prefer Blondes)’ 에서 먼로와 주연으로 함께 나온 또 한명의 유명 섹시스타였습니다.  방한한 그녀는 경무대를 방문하여 이승만대통령을 예방하고 전방부대를 찾아가 위문공연도 펼쳤습니다.


[1957년 방한 한 제인 러셀의 모습]


  그런데 러셀이 잘 알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본의 아니게 그녀는 한국전쟁과 상당히 관련이 많습니다.  흔히 철의 삼각지대라 불린 중동부 전선의 요충지 금화에 있는 쌍둥이 고지를 미군들은 제인러셀고지라고 불렀기 때문입니다.  제인러셀고지는 피로 흘러넘친 격전지였던 단장의 능선, 피의 능선, 저격능선 부근에 있던 무명고지였는데, 이곳의 이름이 제인러셀로 불리게 된 데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작전지도에 표기 된 제인러셀고지]


  툭 튀어 오른 쌍둥이 봉우리가 마치 러셀의 풍만한 가슴을 닮았다고 그렇게 이름이 붙여진 것이었습니다.  러셀의 가슴은 할리우드 여배우 중 최고라고 여겨질 만큼 유명하였는데 삭막한 전쟁터에서, 그것도 병사들이 수 없이 죽어가며 빼앗고 지켜야할 고지의 이름을 만인의 여인이었던 그녀의 가슴을 상상하며 지었다는 것은 상당한 아이러니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지옥의 전쟁터에서 잠시나마 낭만을 찾으려 하였던 것 같아 측은하기까지 합니다.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에 출연 중인 러셀과 먼로]


  1951년 휴전회담이 개시된 이후 한국전쟁의 양상은 양측 모두 이기려 하지도 그렇다고 지려 하지도 않는 방향으로 변화하였고 그 결과 고지전이 가열되었습니다.  만일 전선을 돌파하여 전선을 밀어붙일 생각을 하였다면 그냥 지나쳐도 될 수많은 무명의 고지들을 차지하기 위해 수많은 병사들이 총과 폭탄에 의해 사라져갔습니다.  따라서 사람의 발길이 미치지 않던 깊숙한 곳에 있던 이름 모를 수많은 고지는 현실에 등장한 지옥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병사들은 잠시간 낭만을 찾고 싶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였습니다.]


  그러한 와중에서 그들은 잠시 동안 전쟁을 잊고 싶었는지 전쟁과 관련 없는 많은 이름들을 전선의 무명고지 위에 남겼습니다.  화채그릇을 빗댄 펀치볼(Punch Bowl)전투, 먹음직스런 돼지갈비를 연상시키는 폭챂힐전투(Porkchop Hill)도 그러한 예 중 하나였고 제인러셀 또한 본의 아니게 선택된 이름이었습니다.  하지만 병사들의 희망과 달리 제인러셀 고지위의 전투는 결코 아름다울 수는 없었습니다.  단지 이름만으로 바뀔 수 없는 것, 그것이 바로 전쟁이기 때문입니다.

Posted by LG Innot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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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동글로그 2010.09.02 11: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펀치볼 지역에 근무했던 경험이 있어 화채그릇을 빗댔다는 말을 들으니 상당히 공감이 가네요. 실제로 보면 움푹 파여 있기는 했었던... 그 움푹 파인 곳에는 탱크도 못올라온다고... 저희 부대는 81미리 박격포가 도수운반이 안돼 들고 다녔습니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건너편에 북한군은 전진기지를 구축하고, 우리는 산 뒤에 초소를 짓고 있었고... 하지만 기억나는 것은 산 높은 곳에 있어 볼수 있었던 맑은 하늘, 은하수, 등이네요. 잘읽었습니다.

  2. biomass pellets 2011.09.15 18: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수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지금의 한국이 존재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앞으로도 요론? 글들 많이 올려주심 참 좋을 것 같네요^^ 좋은 공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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